◆ 과잉규범에 짓눌린 新피로사회④ ◆
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유건우 씨(가명·25)는 최근 2년째 사귄 여자친구와 이별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.
올해 초 `미투 열풍` 이후 젠더 이슈를 부쩍 열심히 공부하던 여자친구 김 모씨(25)가 최근 남성을 비하하는 언행을 유씨를 향해서도 남발하기 시작해서다.
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단어인 `한남` `냄져`와 같은 단어가 다른 주제에 대한 대화 중 섞여 나온 것은 이미 수개월 전 일이다.
최근 김씨가 남성 성기를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된 모욕적 언사까지 자신에게 내뱉는 모습을 보고 유씨는 "이제 인내심이 바닥났다"고 낙담했다.
` 여성 차별·혐오적 행위를 모방한다`는 의미인 `미러링`이 연인, 친구 심지어 부부 사이에도 침투하면서 일상 속 젠더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.
남성주의 극우 사이트 `일간베스트(일베)`의 여성 혐오적 말투나 행위를 남성 혐오 성향 사이트 `워마드` 등에서 모방하면서 시작된
미러링이 특정 성별을 지닌 `집단`이 아닌 개인을 향한 비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.
결혼 4년 차 직장인 정 모씨(35) 역시 최근 들어 ` 결론 없는` 부부싸움이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.
맞벌이를 하는 탓에 결혼 초부터 집안일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갈등이 많았던 정씨 부부지만 대부분 건전한 대화로 해결해 왔다.
하지만 최근 들어 다툼이 "오빠도 결국 `한남(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)`이구나" 하는 아내의 일방적 중단으로 끝날 때가 많아 정씨에게는 큰 고민이 되고 있다.
" 나는 아내에게는 물론 어떤 여성에게도 `김치녀` `된장녀`라고 해본 적이 없는데 `한남`으로 취급받으니 할 말이 없다" 면서도
"직장 일로 잘 보지도 못하는 세 살 아들 앞에서 이런 문제로 싸울 수는 없어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"고 정씨는 말했다.